췌장암과 담도암은 소화기암 가운데서도 특히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이 늦고, 해부학적 위치도 깊어 일반 검사로 초기 병변을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 암 통계를 보면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은 대표적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13~15% 수준으로 주요 암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진욱 과장에 따르면 의학계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밀 영상 검사와 내시경 기술을 결합한 진단 체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장은 “특히 내시경 초음파(EUS)와 같은 고해상도 검사법이 등장하면서 췌장·담도 질환을 더 이른 단계에서 확인하려는 진료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췌장·담도암이 늦게 발견되는 이유
췌장은 위 뒤쪽 깊은 공간인 후복막에 위치한다. 장기 뒤쪽에 숨어 있는 형태라 복부 초음파나 일반 CT 검사에서도 초기 종양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1~2cm 이하일 때는 영상에서 놓치기 쉽다.
또 다른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췌장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통증이나 황달 같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체중 감소, 소화불량, 복통 같은 비교적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담도암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담관 내부에서 발생하는 종양은 일정 수준 이상 커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을 만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후 담즙 흐름이 막히면서 황달이나 가려움, 소변 색 변화 등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 내시경 초음파(EUS), 밀리미터 단위 병변까지 확인
최근 췌장·담도 질환 진단에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내시경 초음파(EUS)다.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는 복벽을 통해 장기를 관찰하는 방식이지만, EUS는 내시경을 이용해 위와 십이지장 내부까지 접근한 뒤 초음파 탐촉자를 이용해 장기 가까이에서 영상을 얻는다.
이 방식은 장기와 탐촉자 사이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영상 해상도가 훨씬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EUS는 수 밀리미터 수준의 병변도 확인할 수 있어 췌장 종양, 담도 협착, 낭성 병변 등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이진욱 과장은 “또한 EUS는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병변이 발견되면 EUS 유도 세침흡인검사(FNA)를 통해 조직을 채취할 수 있다”며 “가느다란 바늘을 이용해 종양 조직을 채취한 뒤 병리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시경 초음파는 췌장과 담도를 바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종양이나 낭성 병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면 조직 검사를 동시에 시행해 암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내시경 치료까지 이어지는 췌장·담도 질환 관리
췌장과 담도 질환은 진단 이후 치료 과정에서도 내시경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치료적 내시경 시술이 ERCP이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담관과 췌관 입구에 접근해 조영제를 주입하고 X선 촬영을 통해 담관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다. 췌장암이나 담도암 환자에서는 종양이 담관을 막으면서 황달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담즙이 흐르지 못하면 간 기능이 악화되고 전신 상태가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이진욱 과장은 “내시경을 이용한 담도 배액 치료는 황달을 빠르게 개선해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후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다음 치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자의 전신 상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양성 질환도 반복되면 위험
췌장·담도 질환은 암뿐 아니라 다양한 양성 질환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 담관 결석, 췌장염, 담관 협착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지만 반복되는 염증이나 담즙 정체가 지속되면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성 췌장염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췌장 기능 저하와 함께 췌장암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또 담관 결석이나 담관 협착이 반복되면 담관 내 만성 염증이 지속되면서 담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진욱 과장은
“췌장염이나 담관 결석 같은 질환은 한 번 치료했다고 끝나는 경우보다 재발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기적인 추적 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 질환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췌장·담도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