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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유지원

시간은 흘러 어느덧 2년 차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벌써 2년 차 간호사가 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지만, 얼마 전부터 호스피스 병동으로 하나둘씩 신규 간호사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연히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부산성모병원에서의 첫 시작점은 중환자실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호사로서 첫 발을 딛고 4년간 했던 공부가 마침내 결실을 맺는 곳이기에 이전에 직장을 다녔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첫 입사한 중환자실은 실습 때 학생의 관점에서 보던 곳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이었습니다. 중증 환자들이 대다수였기에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고 신속한 반응을 요구했지만, 손이 빠른 편이 아니었기에 익숙해지기 힘들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Ventilator, O2 flow 등등 많은 기계들을 다뤄야 했는데, 기계를 잘 못 만졌기에 갈수록 일은 너무 어렵고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은 쌓여 반년이 지났고, 일을 해도 늘지 않은 채 6개월 차 간호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 반응이 찾아왔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통증과 호흡곤란까지..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꼈으나 근무 중이었기에 미련하게 참았으나 데스크 선생님들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응급실로 진료 보러 가라고 권유하셔서 마지못해 간 자리에서 예기치 못한 말을 들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내 인생에서 입원이라니..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병을 얻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몸 상태는 좋지 않아 2번의 입원과 1번의 수술을 한 후 퇴원했습니다.

일을 쉬는 기간 동안 ‘간호사의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등등 수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끝내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훗날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일을 멈추게 되면 더 이상 나에게 간호사로서의 앞날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를 믿으며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라진 몸 상태이기에 더 이상 중환자실에서 일하기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간호부와 논의 끝에 호스피스 병동으로 로테이션 되었습니다. 실습 때도 호스피스 병동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호스피스 병동에 익숙해지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곳은 말기 암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치료하는 곳이기에 일반 병동과는 달랐습니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 조절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광경이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입사 초기에 의사가 처방한 용량이 맞는데도 이 용량을 환자에게 IV로 바로 투여해도 될까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주 천천히 투여했지만, 점점 호스피스 병동에 익숙해지면서 환자의 통증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완화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이제는 주저 없이 투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일반 병동과 다른 점은 임종 간호를 하는 것인데, 임종 간호는 삶의 여생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기에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첫 임종 간호를 했을 때는 정신적으로 치지고 감정에 휩쓸려서 일을 처리하기 힘들었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환자 가족에게 감정이입하지 않고, 마지막 길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 임종을 맞이한 가족분께서 장례식을 마치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며 간호사실로 떡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때 임종 간호로 힘들어할 때 선배 간호사께서 임종 간호의 가치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이 떠오르면서 임종 간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배울 것이 많은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게 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겪은 만큼 나도 같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정면으로 마주하여 피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간다면 ‘내년에는 3년 차 간호사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간호사로 일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랑하는 동기들, 프리셉터 선생님들, 수선생님, 그리고 선배 간호사님들께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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