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이용우
프리셉터를 처음 맡아 본 것이 9여년 전이었던 것 같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한번 프리셉터로서 신규간호사를 가르치는 역할을 맡게 되니, 처음 신규간호사를 가르치던 그때를 자연스레 떠올려 보게 된다. 처음이라 의욕도 컸고 두려움과 긴장도 컸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안하던 공부도 해보고, 여유도 없고 융통성이 없이 정해진 시간과 내용들을 가르치는데 열심이었던 것 같다. 정작 내게 배우는 상대방을 보지 못하고서 말이다. 정작 나도 신규 프리셉터였던 것이다. 몇 명의 신규 간호사들을 가르치면서 너무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상대방과 나 모두 말이다. 모두 사람인데, 자기의 생각이 있고 감정도 있고 자기만의 특성이 있는데, 정작 실제는 기계를 대한 듯, 기계가 일하듯 그 시간을 지내버린 것 같다. 실제 그때의 그 신규가(지금은 9년차의 당당한 자기역할을 맡아서 하는 간호사지만) ‘선생님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뭐, 나무라기도 참 많이 했으니 당연했겠지만.
참 지금에선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능력도 모자랐고 여유도 참 없었다. 남의 눈치도 많이 봤고, 자존심도 셌다. 그러한 사람과 같이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할 사람은 당연히 힘들었겠지.
이만큼 연차가 들어서 그런지 꾸준히 해오던 일이 적응이 되어 그런지 예전보단 긴장이 된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하는 마음은 생기질 않는다. 나름의 여유가 생긴 건가.
여러 신규 간호사들을 대해보고 학생 간호사들도 가르쳐보면서 나름의 원칙이 생겼다.
1. 나의 과한 의욕이 상대방과 나를 지치게 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부담이 되고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을 보며 나 또한 지치고 실망하게 된다.
2.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대하라.
일정한 에너지를 투입하면 그만큼의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다. 상대방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똑같은 반응이 그때그때 다를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도 자기 주위의 사람들에겐 나와 같은 소중한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3. 나무람은 상대방에게도 해가 되고 나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정말 당장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면 절대 화를 내면서 질책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대하자. 그렇다고 실수에 너그러워 지지는 말자.
4.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말고 각자의 능력에 맞게 유동성을 갖다.
주차별, 월차별로 계획을 짜고 OT 스케줄대로 가르쳐도 온전히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은 백에 한둘이다. 차라리 언젠가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가르치는게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