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병동 박찬솔
안녕하십니까. 62병동 박찬솔 간호사입니다. 입사한 지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병원에 합격하고 동기들이랑 같이 오티 받고, 사원증과 유니폼을 받으면서 들뜨고 설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돌잔치도 하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2년 차가 된 지금이랑 신규 때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신규 시절 하면 프리셉터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빼곡히 적어놓았던 빨간 작은 수첩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어느 날 출근하려는데 그 수첩이 없어졌습니다. 거실에 나와 부모님 앞에서 그 수첩 찾아달라며 수첩이 없으면 일 못한다고 그 수첩이 내 뇌라며 엉엉 울었습니다. 다행히 수첩은 가방 안에 잘 있었고, 찾고 나서 안도감에 더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달 전쯤 그 빨간 수첩이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새 수첩에 옮겨 적다가 그 수첩에 적혀있는 내용들이 이젠 제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이라 옮겨 적을 게 거의 없어서 그래도 내가 1년 동안 아예 발전이 없었던 건 아니였구나 싶은 생각에 뿌듯했었습니다.
또 입사하기 전 3개월, 6개월, 9개월이 가장 고비라는 369 법칙을 익히 들어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한테도 369 법칙이 완벽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입사하고 6개월 뒤가 정말 고비였습니다. 하는 일마다 실수가 뒤따르고 왜 환자들은 제 근무 시간에만 낙상하고, 왜 제 근무 시간에만 열이 나고 욕창이 발견되는지.. 한 달에 보고서를 서너 번을 쓴 기억이 있습니다. 저랑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본인 일도 바쁘실 텐데 제가 실수하고 놓치는 일들 뒷수습까지 해야하고.. 병동 선생님들께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힘들었고, 저한테 간호 받는 환자들이 불쌍하기까지 했었습니다. 다른 연차 높은 선생님들한테 간호받으면 더 수준 높고 세심한 간호를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동기들보다 멘탈이 쎄고 단단하다고 자부했는데.. 한달 내내 울면서 병원을 다녔고, (출근하기 전에 울고, 출근하면서 울고, 퇴근하면서 울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수선생님께 면담요청을 했습니다. 그때 수선생님께서 누구나 다 처음은 힘든 법이라며 수선생님의 신규 경험도 이야기 해주시면서 제가 병원에 없는 게 더 민폐라고 저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수선생님께서 해주신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찬솔아 네가 너무 힘들면, 내가 너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는 내가 먼저 너 살릴게.” 엄청 든든하고 힘이 됐습니다. 아직도 지치고 그만두고 싶고 힘들 때 옆에 든든한 선생님들과 나의 힘듦을 공감해 주고 본인 일처럼 생각해 주는 동기들, 퇴원 할 때 덕분에 잘 나아서 간다고 이야기해 주는 환자들이 있어 제가 1년을 잘 버텨온 것 같습니다.
입사할 때 환자에게 명품간호를 해주고 싶다고 다짐하며 입사했는데, 더 공부하고 발전해서 하루빨리 동료들과 환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