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승 과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소화기내과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소화기 내과는 사람이 음식을 먹고, 소화해서 배설할 때 관계되는 모든 몸의 작용들에 대해 진단과 내과적 치료를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서 대변으로 나오는 연속적인 길(소화관)과 그 길(소화관)의 주변에서 음식물이 잘 흡수되고 배설되도록 도와 주는 주변 장기들을 돌보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식도, 위, 대장, 간, 담낭, 췌장의 질환들을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예전에는 약물 치료만 하는 곳이 내과였지만, 요즘 소화기 내과는 약물 치료와 함께 내시경적 시술도 합니다. 위나 대장의 용종을 내시경으로 제거하여 암의 발생을 예방하고,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내시경적 수술도 시행합니다.

전문진료분야는 무엇입니까?

소화기 내과 질환 전체에 대해 모든 진료를 합니다. 그렇지만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과민성 장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장 질환과 역류성 식도염, B, C형 바이러스 간염입니다. 과민성 장증후군과 역류성 식도염은 환자의 생활 습관, 심리적 상태가 증상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를 하는 의사 입장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B, C형 간염은 최근 치료 약제의 발달로 치료성적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C형 간염은 완치율이 예전에 비하여 아주 높아져 환자와 의사에게 모두 치료하는 기쁨을 주어서 좋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보람있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소화기 내과 의사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진료 자체가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갈수록 노인 환자가 늘어나는데, 돌보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보니, 어르신들이 혼자 병원에 오셔서 진료 받으십니다. 그래서 진료 시 제가 설명을 드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안타깝고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의사가 될 때 저의 생각은 내과 의사가 되어서 병을 잘 치료해 주면 보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과 의사로 살아 보니 내과 의사가 하는 일은 병을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병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약을 처방하고, 시술을 하면 병이 낫기도 하고, 증상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과 의사가 다루는 많은 병들은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될 때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나 진료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제가 내과 전공의 시절에 돌보던 암환자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녀들이 중학생 정도 되었으니까요. 그 때 돌아가신 분의 부인이 우시면서 자녀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빠를 오래 살게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가신 분은 제가 맡고 있던 많은 환자들 중의 한분에 지나지 않았고 말기 암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 어린 사람들의 아버지를 살리지 못했고, 한 집안의 가장이 없어졌다는 것이 실감나서 참으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무력함에 힘이 들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환자들의 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더 잘 보아야 하며, 그 분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소중한 자녀들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진료를 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 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자신만의 건강관리법 또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건강관리법은 없습니다. 몸이 피로를 느끼기 전에 자주 쉬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렇게 잘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소식하고, 마음이 평안한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진료철학이나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오직 할 뿐’ 사람은 자기 앞에 주어진 일을 오직 할 뿐이고, 그 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료를 하던, 또는 다른 일을 하던지 우리는 단지 좋은 의도로 최선을 다할 수는 있지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 아니겠지요. 최선의 결과가 주어지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혹시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도 그 결과 앞에서 담담하게 다시 또 시작해 보는 용기를 가져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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