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부산성모병원 72병동 수간호사 노주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먼동이 터오기 전에 집을 나선다.
새근새근 거리며 평화롭게 잠이 든 두 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오늘도 즐겁게 잘 놀고 저녁에 보자”라고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고 출근을 한다.
이렇게 두 아이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는 내 등 뒤로 또 다른 인사가 이어진다.

“안개가 많이 꼈단다. 운전조심하고 오늘도 수고해라”

오늘도 하루 종일 두 손자 녀석들과 씨름해야 할 우리 엄마의 목소리다.
자식이 자식을 낳아도 우리 엄마에게 나는 눈에 넣기도 아까운 그런 딸이다.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을 하라고 하면 아마도 이 종이를 수 십장 채워도 다 말할 수 없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이제 두 아이의 엄마다.
하지만…….
나이만 먹었지 아는 것도 없고 철도 들기 전에 두 아이의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나의 뒤에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애쓰고 있는 우리 엄마가 있다.
젊은 시절 힘들게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자신은 덜 먹고 덜 입고 자신을 위해서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그렇게 오로지 자식들 귀하게 곱게 키우는 것에만 온 열정을 다해 온 우리 엄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어느 곳 한곳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오늘도 우리 엄마는 두 손자 녀석들을 등에 업고 가슴에 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살림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귀한 딸자식이 남편 건사하고 자식들 돌보는데 힘들까봐 우리 엄마는 그런 딸자식을 대신해서 손자 녀석들을 밤낮으로 씻기고 먹이신다.
큰 손자 녀석은 안 먹겠다고 떼를 쓴다. 안 씻겠다고 심통을 부린다. 그리고 할머니가 안아주지 않으면 자지 않겠다고 울어댄다. 그런 큰놈도 우리 엄마 몫이다.
작은 손자 녀석은 기침만하면 콧물이 줄줄줄이다. 큰놈에게 맞아서 고함을 지르며 울어댄다. 엄마의 젖이 그리워 젖병을 빨지도 않는다. 할머니가 옆에 누워 있지 않으면 잠시도 자지 않는다. 그런 작은 놈을 포대기로 들쳐 업고 다니면서 돌보는 것도 우리 엄마 몫이다.
우리 엄마는 슈퍼우먼이다. 원더우먼이다.
아니 이들보다도 더 대단한 엄마라는 사람이다.
나는 아이를 낳기만 했지 정작 엄마의 역할은 할머니인 우리 엄마 차지이다.
하루 종일 이렇게 두 손자 녀석들에게 치이고 힘들어도 우리 엄마는 나에게 그러신다.
직장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그런 수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출근해서는 집에 있는 우리는 걱정하지 말라고…….
내 어찌 이런 우리 엄마의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마는 그래도 항상 하고 싶어도 못했던 그 말 오늘이라도 해야겠다.

“엄마, 많이 고맙고 사랑해.”

창밖으로 매서운 바람이 분다.
겨울이 문턱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난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우리 엄마 뜨끈한 온천욕이라도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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