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부산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팀장 유영순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오늘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면서 “아침 드셨어예?” “어젯 밤 잘 주무셨습니까? 너무 피곤하시지예, 안마의자에서 안마라도 좀 받으시이소.” “지금 아무것도 못 먹는 저 양반 언제까지 저랄꼬? 보기에 너무 안타깝다 아이가.” 우리는 10층 병원복도를 오고가면서 환자와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냥 아무 일이 없는 듯 일상처럼........... 그러나 그들은 벼랑 끝에 서서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눈빛을 하고, 그냥 스치며 지나간다. 서로 말하지 않지만 말하는 것보다 더 아픈 사연들이 그 안에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복도에 보이는 빈 침대는 어젯밤에 위급한 환자가 임종실에 들어 가셨거나 환자가 섬망이 심해 공동방에 계시기 곤란해 독방으로 옮겼다는 증거이다. 곧 바로 가운을 갈아입으면서 컴퓨터에 나타난 명단을 먼저 살핀다. 어제 계시던 환자의 명단이 그대로일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지을 힘조차 없는 환자 그리고 어젯밤 환자 곁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 피곤이 가득한 가족의 얼굴이 오늘이라는 시간과 함께 떠오른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가족에게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내일은 더욱 바랄 수 없는 먼 시간이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또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져 무척 긴 하루가 된다. 그 하루는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 평생 살면서 한 번도 하지 못한 말들을 수 없이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부인을 간호하던 남편이 허리를 삐꺽하고 보니 척추에 금이 갔단다. 6층에 입원한 남편이 허리에 콜셋을 하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부인을 만나러 하루에도 수차례 오신다. 항상 미소를 머금으시며 “오늘도 별일 없지요?” 하실 때마다 아름다운 부부의 사랑이 우리들에게도 전해진다. 또. 휠체어를 탄 남편의 야윈 얼굴에 흩트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려주며 서로 눈빛으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는 좋은 것들이 주는 기쁨도 있지만 나쁜 상황을 이겨내면서 만들어 가는 행복도 많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오늘 하루를 위해 우리 병동 식구들과 함께 더 열정을 가지고,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기에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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